올해 ETRI 통신인터넷연구소(소장 정현규)는 본업인 통신인프라 R&D에 매진하면서도 틈틈이 챙긴게 기업지원이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코위버(대표 황인환)는 미래부와 ETRI의 패킷광전송망(POTN) 기술 사업화 과제 지원을 받아 매출액이 전년대비 20%가량 증가한 75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고용도 9% 증가했다.
유무선 통신 전문업체 아큐픽스(대표 박영창)는 ETRI ‘L7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상용화 시험기술 지원’ 사업의 덕을 봤다. ETRI 시험경험 및 시설, 장비 등을 지원받아 60억원대의 인도네시아 보안 솔루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멀티미디어 협업 솔루션 전문기업 유프리즘(대표 차민수)은 텔레프리젠스 영상회의 시스템 패킷 품질 측정 등의 기술과 마케팅 지원을 받았다. 품질을 30% 이상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시험기간은 6개월을 단축했다. 매출은 지난 2013년 대비 2배 정도 늘어난 10억원대를 예상했다.
연구원 28명을 데리고 나가 창업한 와이파이칩 전문 제조업체 뉴라텍 이석규 대표도 올해 통신인터넷연구소의 인큐베이팅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2월께는 이상수 책임연구원이 광전송모듈제조분야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창업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통신인터넷연구소는 전체적으로 올해 28개 연구실에서 31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지원건수로는 총366건이다. 통신인터넷연구소 연구원은 426명이다. 1인당 1건 가까이 지원했다.
사실 통신인터넷연구소는 ETRI서 가장 저력 있는 인프라 중심 연구소다. CDMA와 전전자교환기(TDX) 등 굵직굵직한 연구성과가 모두 여기서 나왔다.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이 연구소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인프라를 연구하는 곳이다 보니, 라우터나 스위치 등 라이프 사이클이 대체로 긴 R&D를 주로 진행한다.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연구소다.
내년 통신인터넷연구소가 주력할 대표 연구분야는 5G 핵심원천기술개발과 스마트네트워킹 핵심기술개발이다.
2020년께 상용화가 예상되는 5G통합사업 부문에선 소형셀, 이동형 개인셀, D2D 사업 등 5G 핵심 기반기술을 개발한다. 목표는 LTE 대비 1000배 용량, 1000배 저지연, 1000배 디바이스 수용, 1,000 배 더좋은 에너지 효율 달성 등이다. 오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연구결과물을 시연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엔 5G 이동셀 기술을 통해 프리-5G 서비스 시연과 5G 기술 선도를 위한 핵심 원천연구에 주력한다. 중소기업과 협력해 시장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소형셀 기술과 고속그룹이동체를 위한 이동무선백홀 기술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유연한 인프라 서비스를 지향하는 스마트네트워킹 핵심기술 개발 사업에서는 내년 스마트 분산클라우드 네트워킹 핵심기술과 스마트 전송 네트워킹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분산 클라우드 OS 상용 시제품, 마이크로-DC용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플랫폼, 전송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컨트롤러 및 에이전트 연구시제품 등을 개발해 전송 SDN 기반 인터-마이크로 DC 실증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올해 대표적인 연구성과로 ‘세이프 와이파이(Safe Wifi)와 오케스트라 광인터넷을 꼽을 수 있다.
세이프 와이파이는 기존 와이파이의 문제점인 안전성(보안성)을 해결한 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로 이동을 하더라도 자기 부처의 업무망에 접속해 안전하게 무선 와이파이로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정부뿐 아니라 안전이 필요한 다른 기관이나 회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광인터넷은 가입자망부터 전달망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장비에 대한 국산 장비 풀 라인업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술이다. 가입자당 10Gbps 인터넷 접속속도를 24시간 제공할 수 있다.
광전송 장비와 무선백홀 장비, PON 장비 등으로 확장한 간접시장 규모는 2016년 447억달러에서 2023년 70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시장 규모는 2016년 333억달러에서 2023년 50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 인터뷰/정현규 통신인터넷연구소장
“R&D 인력을 따져보면, 우린 이동통신만 150명이 연구하지만, 삼성은 2000명이나 됩니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현규 ETRI 통신인터넷연구소장은 기업이 R&D 투자에 어려움을 겪던 시대와 지금의 출연연 역할의 차별화를 강조하며 “연구소가 R&D 동력을 얻고, 정체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역할도 달라져야 하고, 젊은 피도 수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상황논리에 빠져 일처리하는 것을 경계하며 “원칙을 지켜달라”는 얘기도 꺼냈다. 원칙은 상식적일 것, 객관적일 것, 옳아야 할 것 등 세 가지였다. 이를 통해 연구나 인사, 행정 등에 관한 업무의 기준을 세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ETRI 해외직무교육 차원에서 미국 버지니아텍으로 방문연구과정(Visiting Scholar)을 다녀온 얘기도 들려줬다.
“미국의 과제 제안시스템을 들여다보니 배울 점도 있었습니다. 과제를 제안할 때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첨부해야 합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동료평가(Peer Review)도 실시해 자신에 대한 평과 떨어진 이유 등도 점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 R&D 평가체계가 검증기반인 데 반해 미국은 성과기반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과제가 기술선도형인데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이나 기술사업화를 동시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제에 맞게 평가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 박희범 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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